여름휴가를 맞아 친구들이랑 안동에 낚시 여행을 갔었습니다.
그때는 그래도 물이 많았고 워킹할 포인트도 많았기에 초저녁에 주진교 다리 밑에서 몇마리 잡을수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다들 낚시에 열중하더니 그사이 술자리가 벌어졌습니다.

주위엔 우리 말고도 몇몇분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하나 둘씩 바닥에 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고

그날따라 술이 안맞아 먹지 못한 나는 낚싯대를 들고 할매집 방향으로 길을 재촉 합니다.

 

한참을 캐스팅하며 걸어가는데 시커먼 그림자가 보였습니다.
살짝 놀랐지만 자세히 보니 웅크리고 앉은 여자아이였습니다.

4~5살 정도 되었을까요?
밤에 어린아이 혼자 있으니 길을 잃은 아이라고 생각되어 말을 걸었습니다.

"꼬마야? 밤늦게 혼자 돌아다니면 안 돼."
"……."

"응?"
"……."

제가 말을 걸어도 여자아이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워낙 어려서 말을 제대로 못하거나, 낯을 가리나 싶어서
최대한 웃으며 말을 걸었습니다.

"아빠랑 낚시 왔어? 아빠 어딧어?. 얼른 돌아가야지."

그때였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아이가
갑자기 고개를 휙 돌려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이윽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아저씨 어디 살아?"
"응?"

"나, 여기 안살아."
"그럼?"

"친구들이랑 놀러 왔는데 너는?."
"응?"

저처럼 놀러 온 아이였나 봅니다.
길을 잃은 것 같았는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침착했습니다.

"나도 여기가 아냐."

말이 끝나는 동시에

갑자기 아이가 물로 뛰어 들었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나도 모르게 아이를 건져야겠단 마음에
아이를 찾으러 물에 뛰어들려 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누군가 제 뒷덜미를 잡았고, 저는 뒤로 끌려갔습니다.

친구였습니다.

"야!!?"
"너 왜 물에 들어가는데..?"

뜻밖에도 친구는 무척이나 당황해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너 미쳤어? 거길 왜 들어갈려고 해!"
"아니, 난 그냥……."

저는 여자아이와의 일을 설명했고,
그런 작은 아이가 겁 없이 들어갈 정도면 깊지도 않을 게 아니냐고 변명했습니다.

친구는 내 이야기를 듣는 내내 놀란 표정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변에서 큰 돌을 하나 찾아 물로 던지며 하는 말이..

"여기가 얼마나 급 경사인줄 아나?..이시간에 사람도 없고 큰일 날뻔 했다"

갑자기 정신이 든 나는 얼른 친구랑 뛰다싶이 돌아갔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아이가 말한, 여기 살지 않는다는 말은
이 세상에 살지 않다는 뜻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펌..낚시일화

제 예긴 아닙니다....진짜냐구 묻지 마세요.